사람들은 누구나 불가항력적인 일을 당하면 서로 또는 스스로 위로합니다. “피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팔자소관인지도 모르겠구만. 그래도 이만한 게 천만다행이지... 호사다마라고, 그래서 이런 일이 생겼는지도 모르겠구만... 전화위복이 되어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길지 누가 아는가... 세상만사 새옹지마일세...”

그러나 믿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섭리하심과 긍휼하심이라고 표현합니다. 하나님의 섭리는 '하나님이 그분의 뜻에 따라 역사를 이끌어 가신다는 것입니다. 목적이 있고, 보편적이고, 신비롭고, 측량할 수 없고, 의롭고, 은혜로우시며, 저항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때 믿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온전히 회복시켜 주실 것을 믿고 인내로 기다리며 찬양과 영광과 감사를 드리는 것뿐입니다. 그러면 차근차근 온전하게 회복시켜 주실 뿐만 아니라 그 위에 넘치는 복을 허락하십니다.

2개월 전에 청천벽력 같고 불가항력적인 사고를 당했습니다. 사고를 당한 그날(8월 8일 새벽 3시 15분), 전날 밤 11시부터 새벽 3시까지 4시간의 야근을 마치고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귀가하는 중이었습니다. 나는 늘 하던 대로 운전석의 뒷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늘 가던 대로 S 183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버넷 출구(Burnet Exit)로 나가 국도로 진입하려던 찰나였습니다. 뒤에서 갑자기 꽝하는 소리가 나면서 내 몸은 앞으로 쏠렸고 이때 가슴이 심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동차는 옆의 콘크리트 벽에 마구 부딪치면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여러 차례 회전을 했습니다. 현기증이 느껴졌습니다. 마침내 차는 스스로 멎었고 운전석 문이 저절로 열렸습니다. 아내가 연기가 난다며 차에서 내렸고, 나도 열려 있는 운전석 문을 통하여 밖으로 나갔습니다. 이미 자동차는 기능을 모두 상실하였습니다. 다른 문은 모두 망가져서 열 수도 없었습니다. 충돌하면서 트렁크 문이 열렸고 뒷부분이 쑥 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사방이 망가져서 고철 덩어리가 되었습니다. 6년 밖에 안 된 새 차인데 이 지경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때 일을 자주 생각합니다. 만약에 받히는 힘에 의해 차가 빠른 속도로 직진하였으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되어 있을까? 만약에 콘크리트 벽이 없었더라면 차는 분명히 전복되었을 것이고 그렇게 되었다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에 운전석 문이 열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또 그 상태에서 자동차에 불이 났다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되어 있을까? 우리 부부는 심한 골다공증 증세를 가지고 있어서 골다공증 약을 먹고 있었는데, 뼈가 부러지거나 금만 가지 않고 이곳저곳 부스러졌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상태에 있을까? 그랬다면 우리 스스로 자동차 밖으로 나올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긍휼하심에 오직 감사를 드릴 뿐입니다.

음주운전자가 운전하는 차에 엄청난 속도로 받혔던 이 경험은 정말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악몽이고 공포입니다. 자동차 밖으로 나와서 먼저 가해 차량의 플레이트 번호와 운전자의 이름과 전화번호까지는 받았는데 자동차 보험 확인을 깜빡했습니다. 운전자는 많이 취해 있었습니다. 내 가슴은 몹시 아팠고 부인은 목 뒤와 손목이 아파서 쩔쩔매고 있었습니다. 인적은 없고 가로등 불빛에만 의지해 동양인 늙은이 둘이서 동그마니 도로 위에 서 있었습니다.

911에 신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화를 걸려는데, 아내가 어떤 여자와 대화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반대편 차선에서 운전하던 그녀는 우리 차의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911에 연락한 뒤 가던 길을 돌아왔다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도우미를 허락해 주셨습니다.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구급차가 먼저 와서 우리를 응급실로 데려갔습니다. 나는 내출혈의 염려가 있다 하여, 트라우마 전문병원의 중환자실로 이송되었습니다.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갈비뼈가 부러지면 그 부러진 갈비뼈로 인하여 심장이 손상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사고 전에 심장 혈관 확장 시술을 받았기 때문에 충격으로 인한 심장의 손상 위험이 더 컸으나 하나님의 은혜로 아무 문제 없이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진찰 결과, 부인은 목 뒤와 오른쪽 손목이 일자로 부러졌다고 했습니다. 부스러지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나도 안전벨트로 인해 앞쪽의 갈비뼈 두 대가 일자로 부러졌고, 또 목과 척추를 연결하는 뼈와 오른쪽에 있는 갈비뼈들 중에서 다섯 대 이상이 금이 갔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입원한 지 나는 사흘만에, 아내는 나흘만에 퇴원했습니다. 아내나 나나 별다른 치료 없이 자연치유력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또한 감사를 드릴 뿐입니다.

그런데 자연치유력을 통한 치유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나의 경우, 적어도 3개월은 소요된다고 하며 완전히 나으려면 6개월이 걸린다는 의사의 진단이 있었습니다. 다친 부위가 아프지만 약간씩 움직일 수 있는데, 정상적인 일을 못하니까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 외출도 못합니다. 그냥 낫기를 기다리는 것 이외에 방법은 없다고 하는데 갈비뼈가 어긋나게 붙는 경우가 많다고 하며 또 이로 인하여 영원히 장애로 있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의사도 경고했습니다.

다행히 부인은 목과 팔에 둘렀던 보호대를 풀었습니다. 85% 정도의 치유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에어백이 터질 때 부딪쳐서 생긴 치아의 이상과 차를 세우려고 힘을 주었기 때문에 발생한 듯한 다리 통증이 새롭게 나타나서 걱정입니다. 또한 우리는 나이가 많으므로 이번 충격으로 인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예기치 못한 건강 문제가 발생할까봐 큰 걱정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긍휼하심이 이 또한 해결하여 주실 것을 믿습니다.

우리 큰 아이가 스태프로 있는 미국 교회의 교인이 공항을 가다가 우리 차가 도로에 서있는 것을 목격했던 모양입니다. 아이로부터 부모님 차라는 말을 들은 그 교회 여자 목사님이 아내가 입원해 있던 병원에 문병왔습니다. 하나님이 내려다 보고 계시다가 얼른 수호 천사를 보내셔서 보호해 주셨다면서 목사님은 아내를 위로해 주었다고 합니다. 이 얼마나 축복의 힘 되는 말씀입니까? 구약에는 천사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신약에는 성령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으나, 주님도 어린아이를 축복하시면서 수호천사에 대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후 미국교회에서 쾌유를 비는 기도와 격려 카드를 우리에게 보내 주고 있습니다. 많은 위로와 힘이 됩니다. “너희가 이 작은 자들 중의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조심하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항상 바라보느니라”(마 18:10).

또 앞집의 백인 노부인이 우리 소식을 알고는 8월 말까지 매주 마켓에서 물건을 사다가 우리 집 앞에 놓은 뒤 문을 두드리고 갔습니다. 우리가 동양인이기 때문에 꽤나 신경을 써서 물건을 샀습니다. 우리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자 자기에게 기회가 주어져서 한 것뿐이므로 그녀에게 갚으려고 하지 말고 다른 필요한 사람에게 갚아 달라고 말하는 거였습니다.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실증으로 하나님께서 보여 주시고 위로해 주십니다. 그 백인 노부인 역시 기독교인입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부부가 출석하는 교회에서는 9주 동안이나 교회 출석을 못하고 있는데도 전혀 연락이 없습니다. 아마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했던지, 새로 집 짓는 일이 바빠서 활동이 미미하고 헌금을 많이 하지 않는 교인에 대한 관심을 당분간 미루어 두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교회 봉사 활동이 부족했던 내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이들도 2주 동안 정상적인 활동을 전혀 못했고 그 다음 2주 동안에는 겨우 회사에 출퇴근만 했고, 지금도 80% 정도만 회복된 상태입니다. 그들이 중심이 되어 이루어나가던 상하종횡의 모든 관계가 마비된 것입니다. 더구나 우리가 해야 할 일들까지 두 아이가 나누어서 하고 있으니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엄청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고난 받는 자 옆에서 우리를 위로하고 계시기 때문에 이로 인하여 우리 모두 참고 기다리는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있는 시험 외에는 너희가 어떤 시험도 당하지 아니하였나니 하나님은 신실하사 너희가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시험당하는 것을 너희에게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또한 그 시험과 함께 피할 길을 내사 너희가 능히 그것을 감당하게 하시느니라”(고전 10:13).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으면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고민해 보았습니다. 하나님이 나를 징계하시고자 하는 뜻이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하여 아내도 아이들도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내 아들아 주의 징계를 멸시하지 말며 그분께서 바로잡아 주시는 것에 싫증을 내지 말지니”(잠 3:11). 가족에게 참으로 미안합니다.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나를 징계하신 것은 소위 크리스천이라고 하는 내가 성경 말씀대로 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의 어린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오직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요일 3:18).

또 이 사고로 인하여 물질적인 손해와 정신적인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엄청나기에 하나님의 긍휼하심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감히 하나님께서 나를 당신의 진정한 자녀로 받아 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모든 사람이 징계를 받으므로 너희에게 징계가 없으면 너희가 사생아요 아들이 아니니라”(히 12:8). 사도 바울의 말과 같이 하나님께 감사를 드릴 뿐입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하나님의 선물로 인하여 그분께 감사하노라”(고후 9:15).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바라기는 내게 피해를 준 음주운전자에게 누군가가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어서 그도 믿음으로 구원받기를 바랍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고 그 들음은 하나님의 말씀에서 난다고 하였습니다. “그런즉 이와 같이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하나님의 말씀에서 나느니라”(롬 10:17). 그리고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받고 진리를 알게 되기를 원하십니다. “그분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아는 데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딤전 2: 4).

이제 이 땅에서 나의 장막이 거두어질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맥아더 장군이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했던 마지막 고별 연설의 한 대목이 생각납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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