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작곡자요 지휘자라~~~" 시편 148편을 읽다가 그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는데 입안에서 저절로 웅얼거려지는 찬송이었다.

해와 달은 물론이요, 하늘에 하늘, 용, 바다, 우박, 눈과 안개, 광풍, 산과 과목, 모든 짐승과 가축과 기는 것, 나는 것, 세상의 모든 백성 등 피조물 모두가 여호와의 이름을 찬양하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저 복음성가의 가사와 같이 세상은 온통 주님을 찬양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만드신 오케스트라임이 분명했다.

밤의 커튼을 걷어내고 아침이 열리면 주님 손에 들린 지휘봉은 바빠질 것이다. 동쪽 하늘을 향하여, 해야 솟아 나와라! 바람아 구름 몇 송이 데려다 해를 장식하라. 어둠아 서쪽으로 그만 퇴장하라. 별들아 쉬고 있어라. 나뭇잎들아 사랑을 속삭여라. 이슬들아 자태를 맘껏 뽐내라. 새야 노래 불러라~~~

나도 분명 그 속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주신 역할은 무엇일까? 파란 하늘을 배경삼아 구름 들러리를 이끌면서 종일 주역을 맡은 해처럼, 하루를 끌고 가는 솔리스트는 분명 아니리라. 그러나 멋있게 그런 역할을 소화해 나가는 능력 있는 사람들이 몹시 부러워졌다. 하나님, 제게는 왜 그런 능력을 안 주셨지요? 불만 섞인 소리로 하나님께 따져봤다. 대답이 없으신 하나님께서는 내 눈길을 148편으로 다시 이끄셨다.  "짐승과 모든 가축과 기는 것과 나는 새와 세상의 왕들과…" 하나님께는 소중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구나. 가축과 기는 것과 나는 것도 세상의 왕과 동격으로 서있기를 원하시는구나.

작은 새로 만드셨는데 우렁찬 개소리를 내고 싶어 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소리를 욕심낼 것이 아니라 아무 소리 없이 날갯짓만 하는 벌새라고 할지라도 주님 앞엔 소중한 존재이리라. 능력이 큰 사람은 크게, 작으면 작은 대로 힘껏 주님 원하시는 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내게 주신 몫이 긴 악장 중에서 팔분음표 하나로 나타난다고 할지라도 기쁘게 잘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웃음 하나는 잘 웃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오늘 아침, 새 날 새 악장으로 정교하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기 위하여 긴 지휘봉을 드시고 세상 앞에 서신 주님. 아직도 침대에 있는 나를 향하여 일어나 채비하라는 사인을 주셨다. 바라기는 한 순간도 주님에게서 눈 떼지 않고 어느 악장 어느 소절에 있을지 모르는 나의시간, 웃음이 필요한 그곳을 가리키시면 서슴없이 뛰어가 내 역할을 성실히 해낼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리하여 잠들기 전에 나를 다독거리시며 "명령에 잘 따른 너로 인하여 오늘 연주가 아름다웠노라. 내가 아주 많이 기뻤노라"는 칭찬을 듣겠다는 각오를 해봤다.

그날 오후도 기울어져 가고 있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담배 냄새가 들어온다고 했다. 밖으로 나가보니 옆 스케이트보드 상점의 손님인 듯한 젊은이 둘이 하나는 스케이트보드 위에서 서있고, 하나는 쭈그려 앉아 있었다. 그들의 손에 연기가 피어나는 담배가 들려 있었다. 코걸이에 귀걸이 그리고 팔에는 파랗고 빨간 문신들이 악다구니하며 자신의 흉측한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말 붙이기가 싫어서 들어와 문을 닫아 버렸다. 일하는 사람이 덥다고 불평이 대단했다. 눈을 감고 "하나님!" 하고 불러 봤다. 하나님의 지휘봉이 나를 가리키시는 듯했다. ‘아! 웃음!’ 문을 열고 다시 나갔다. 얼굴 가득 웃음을 담고. “ Good afternoon!” 눈을 크게 뜬 얼굴들에도 정중한 인사와 편안한 웃음 때문인지 미소가 스쳤다. 담뱃불을 껐음은 물론이었다. “God Bless you!”로 마무리 인사까지 하며 들어온 나는 유연하게 춤을 추는 듯 걸었다, 입에서는 아침에 웅얼거리던 찬양이 흘러나왔다.
"큰~ 소리로~ 찬양~ 옛~ 부터 계~신 주우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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