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방문이라 표현했지만 실은 귀국이라는 말이 맞습니다. 저의 국적이 여전히 한국이기 때문이지요. 한국 국적자인 저에게 그 동안의 미국 체류는 기간에 상관없이 여행으로 분류됩니다. 이곳에 가족들이 있고 사역이 있고 머문 기간이 아무리 오래되었다 해도 말입니다. 굳이 이런 사실을 곰곰이 따져 보는 이유는 이것이 우리의 정체성을 기억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나그네라는 정체성 말입니다. 수 십 년을 살았다고 해도 우리가 현재 있는 곳을 영원한 곳이라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언젠가 떠나야 하고 왔던 곳으로 돌아가고야 맙니다. 우리의 국적(또는 시민권)이 그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돌아가야 하고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고 그 사실에 대해 감사해야 합니다.

서울에서 가장 많이 들은 인사는 날씨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한국에 머문 기간 동안 날씨는 매우 좋았습니다. “천고마비”라는 단어를 자주 들었고, 사람들의 기분 좋아하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맞장구를  쳐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탄성에 반응하는 저의 목소리에는 요즘말로 영혼이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동의하긴 하지만 그렇게 흥분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그러하다보니 날씨 때문에 느끼는 행복감은 그분들의 정도에 훨씬 미치지 못했습니다. 왜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가 지금 지내고 있는 곳의 하늘과 계절에 너무 익숙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익숙하면 감각이 무뎌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당연하게 생각하면 감사가 사라지는 법이지요. 감사의 마음이 없으니 감탄사가 줄어들고 만족도와 행복감도 낮아진 것입니다. 미국으로 돌아와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곳에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것에 대해 감탄하고 감사했습니다.

무관심과 불평은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생기는 습관입니다. 반대로 감사는 의식하고 의지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불평은 부정적인 감정이고 감사는 그 반대입니다. 불평은 또 다른 불평으로 이어지고 감사는 다시 감사할 것을 보게 합니다. 악순환의 삶을 살 것인가 선순환의 삶을 살 것인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감사를 느끼는 좋은 방법은 ‘처음’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처음은 혼돈과 공허였습니다. ‘아무것도 없음’이었습니다. 무의미와 무가치뿐이어서 자랑할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질서가 주어졌습니다. 존재의 가치와 사명이 주어졌습니다. 누릴 것과 나눌 것들이 생겼고 자랑할 것들이 생겼습니다.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오늘의 주제는 감사입니다.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님을 기억하십시오.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은혜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 은혜가 누군가가 치른 대가로 주어진 것이라면 더더욱 겸손해야 합니다. 겸손과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사는 자가 참으로 복된 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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