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한 저녁 무렵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기 위해 교회 사무실 문을 나서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때 승용차 한 대가 교회 주차장으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교인들이 올 시간이 아니었기에 누굴까 하는 마음으로 운전자에 주목했습니다. 차에서 내려 종종걸음으로 내게 다가온 사람은 처음 보는 백인 여자분이었습니다. 무슨 일로 온 사람일까 하고 생각하는 나에게 그녀는 뜻밖의 말을 했습니다. 길을 잃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희 교회가 있는 곳은 주거지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어서 밤에는 가로등도 없고 네온사인도 없습니다. 길도 왕복 2차선이어서 처음 운전하는 사람들에게는 긴장감을 주는 구간이지요. 네비게이션도 없이 운전하다가 아니다 싶자 가장 가까운 건물 주차장으로 들어온 모양입니다. 다행히 그녀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내가 아는 곳이어서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 주었고 나를 따라오라는 말과 함께 같은 방향까지 안내를 해주었습니다. 제가 놀란 것은 안내를 하는 동안 그리고 제 안내를 받아 따라오던 차가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것을 보고 난 후 제 안에 찾아온 감정이었습니다. 기쁨, 보람, 당당함 등. 제가 놀랍다고 한 것은 그 감정들이 간단한 친절을 베푼 것 치고는 매우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좋은 걸까? 아마도 저는 그 에피소드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발견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가는 운전자들입니다. 길고도 복잡한 길을 달리고 있고 바른 목적지로 인도하는 길을 찾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세상의 빛이라고 말씀하시고 많은 사람들을 의의 길로 인도할 책임을 맡겨 주셨습니다. 그런 점에서 교회는 세상 사람들에게 길을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하도록 부름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세상은 교회를 향해 길을 묻지 않습니다. 나름대로의 네비게이션을 가지고 알아서 운전을 합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길안내를 해주어야 할 교회가 세상 속에 빠져서 자신의 길을 잃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세상에게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물어보는 모습까지도 보입니다. 아마도 그런 영적 현실에 눌려 있던 저에게 그날의 사건은 영적 의미를 되찾게 해주었나 봅니다. 어떤 사람이 교회에 와서 길을 묻고 답을 얻어 다시 달려가는 모습이야말로 교회가 해야 할 영적 역할일 테니까요.

세상 사람들이 왜 교회에 찾아와서 길을 묻지 않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아본다면 분석거리가 참으로 많을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기대감을 주지 못하는 교회의 모습, 감동을 주지 못하는 성도의 삶이 분명히 있다는 것입니다. 주님이 안타까워하실 일이 분명합니다. 성경이 주는 영향력은 숫자나 크기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나이나 지위나 소유가 리더십도 아닙니다. 본질로 돌아가야 함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교회가 다시 길을 묻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로 북적대는 그날을 소망해 봅니다. 목회자의 보람도 바로 거기에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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