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취향이 각각 다릅니다. 그런데 취향은 개인마다 서로 다른 감각기관의 발달 정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미각이 발달한 사람은 음식과 관련된 취향을 가진 경우가 있고, 청각이 발달한 사람은 음악과 관련된 취향을, 촉각이 발달한 사람은 도예나 제작과 관련된 일에 특별한 관심을 보입니다.

우리의 감각기관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개인마다 발달 정도가 달라서 취향과 진로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저는 후각이 아주 발달한 편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잘 맡지 못하는 냄새를 제법 잘 맡는 편입니다. 전문가를 통해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았을 때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집에서 생선 요리를 자주 하지 않습니다. 제가 생선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생선 요리할 때 나는 냄새를 못견뎌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 한 주간 몇 번에 걸쳐 식탁에 생선구이가 올라왔는데, 저는 언제 그 요리를 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그저 ‘어... 언제 구웠지? 어디서 구운 거지?’ 속으로만 궁금해하면서 먹었습니다.

지난 목요일에 갑자기 아내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당신, 요즘 코에 이상이 있나봐요?” “왜?” “고등어를 구워도 냄새난다는 말을 한 마디도 안하니까...”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아! 내 후각에 이상이 생긴 거구나!’
독감 때문이었습니다. 약 열 흘 전부터 몸의 느낌이 이상하더니, 급기야 지난 주일 저녁부터는 목이 아파서 결딜 수가 없었습니다. 후두와 기관지가 따갑고, 기침이 나고, 말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잘 맡던 냄새도 못 맡게 된 것입니다.

아내의 말을 통해 냄새 맡는 기능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렇게도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감기 때문이지만, 싫어하는 냄새에 무감각해질 수 있다는 게 행복했습니다. 냄새 좀 잘 맡는다고, 뭘 좀 더 잘 느낀다고, 뭘 좀 더 잘 안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지요. 그래서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이 참으로 맞는 말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당신은 감각기관 중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잘 발달했습니까? 후각 기관인가요? 아니면 시력과 청각 기관인가요? 미각 기관은 또 어떤가요?

여러 감각기관 중에서, 굳이 냄새와 관련하여 생각해 볼 때, 냄새를 잘 맡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냄새를 풍기는가입니다.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씨는 자신이 아끼는 책들 사이사이에 송이버섯을 가늘게 찢어서 넣어둔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1년 내내 책에서 좋은 냄새가 나기 때문이랍니다. 이분의 말에 의하면, 바로 그 책 사이에 자신의 소중한 마음까지 함께 넣어두는 셈이니 그 향기는 어느 향기와도 비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박경철씨는 스스로 만든 좋은 냄새를 자신이 직접 맡는 효과를 누리는 셈입니다.

 
예전에 한국에서 살 때나 시카고에서 살 때, 그리고 지금 이곳 북가주에서 살면서, 꽃 중에서 가장 진한 향내를 풍기는 꽃은 아카시아라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시골에서 자란 저는 아버님께서 학교에서 퇴근하시는 대로 함께 양봉통이 놓여 있던 아카시아 숲으로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저를 사로잡은 것은 꿀도 아니고, 꽃도 아니고, 아카시아 꽃의 향내였습니다.

꽃의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냄새도 풍기지 않는 꽃이 있습니다. 몇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이 벚꽃입니다. 일시에 피었다가 일시에 지는 특징과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향내가 없는 것이 바로 벚꽃의 특징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향내 없는 꽃도 꽃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냄새는 어떤 냄새일까요? 꽃 향기, 좋은 향수 냄새... 그런 향내보다 더 아름다운 향기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걸어온 “인생길 냄새”입니다. 살아온 대로, 걸어온 대로, 저절로 삶 자체에서 풍겨 나오는 “삶의 냄새”입니다. 

이 삶의 냄새에 뭔가가 들어갈 때 인생의 냄새가 불변의 향내가 됩니다. 예수님의 냄새가 더해질 때입니다.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냄새가 우리의 삶 속에 가득 스며들 때, 우리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냄새, 생명의 냄새를 풍기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항상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이기게 하시고 우리로 말미암아 각처에서 그리스도를 아는 냄새를 나타내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라 우리는 구원 받는 자들에게나 망하는 자들에게나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니 이 사람에게는 사망으로부터 사망에 이르는 냄새요 저 사람에게는 생명으로부터 생명에 이르는 냄새라 누가 이 일을 감당하리요”(고후 2:14-16).

2015년 한 해 동안, 아니 평생 동안 예수 그리스도의 향내 가득한 “생명의 향기”를 발하는 매일의 삶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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