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가난한 목사님이 지하실에 월세를 내어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그런데 교회당 밖에만 나오면, 예배당 입구 지하 계단에 침이 하얗게 뱉어져 있고,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누가 그랬는지 알기 위해 목사님은 몰래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계단을 더럽히는 주인공들은 인근에 있는 여자중고등학교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등교 전후, 점심 때, 하교 때 아주 조용하고 신속히 몰려와 담배를 피우고 갔습니다.

처음에 목사님은 그들을 불러놓고 야단을 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기도하는 중에, 그 아이들을 보내 주신 분은 하나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아무 말없이 그 아이들이 버린 담배꽁초를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힘든 일은 아이들이 뱉어 놓은 침을 닦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원망하지 않고 그들이 버린 담배꽁초와 침을 치우고 닦았습니다. 커다란 스테인레스 그릇에 물을 담아 재떨이 대용으로 사용토록 갖다 놓았습니다. 침을 뱉을 때 사용하라고 큰 쓰레기 통과 두루마리 화장지도 갖다 놓았습니다. 귤 한 박스를 사다가 예쁜 접시에 담아 이런 글을 써 붙여 두었습니다: “여러분, 환영합니다. 이 계단에 온 분들은 우리 교회 식구들입니다. 편히 쉬다가 가십시오. 이 귤도 여러분의 것입니다. 먹고 남은 것은 가져가서 친구들과 나눠드세요.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목사가…”

목사님은 매일 과일이나 사탕을 계단에 갖다 두고 정성스럽게 글도 바꾸었습니다: “공부하느라 고생이 많죠? 시험 잘 보세요! 고생끝에 낙!” “오늘은 무척 춥죠? 교회문 열어놓았으니까 커피나 컵 라면은 가스렌지를 사용해서 마음껏…” “부활절 선물로 계란, 친구에게도 전달, 같이 먹기” 등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담배 끊지 마라. 침 뱉지 마라. 교회 나와라”는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하나님의 사랑하는 딸들!” “기말시험에 좋은 성적 내시기를…”식의 격려 메모만 적어 두었습니다. 특히 졸업 때에는 예쁜 꽃다발을 선물로 준비해 두었습니다. 아이들은 그때마다 “목사님 감사” “목사님 짱~” “열심히 공부할게요” 등을 써놓고 갔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때부터 아이들은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거나 침을 뱉지 않았습니다. 침은 휴지에 싸서 휴지통에 넣고, 담배꽁초는 스테인레스 그릇에 담아 놓고 갔습니다. 계단도 목사님이 청소한 것보다 더 깨끗하게 치웠습니다. 결국, 아이들과 목사님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졸업 직전에 아이들이 교회에 와서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헌금을 했는데, 무려 금액이 18억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목사님의 마음에 보답코자 가난한 지하교회에 헌금을 하려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자기들끼리 돈을 모아 복권을 샀는데, 그게 당첨이 된 것이었습니다. 봉투에는 18명의 아이들의 이름과 그동안 감사했다는 인사말이 적혀 있었습니다(「기독일보」 2016년 10월 7일자).

이 글을 읽은 분들 중에 혹시 복권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한 분이 있는 건 아니겠지요?  이 이야기의 핵심 교훈은 복권이 아니라 마음 나눔입니다. 다시 말하면, 목사님이 아이들과 나누었던 마음입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목사님은 자신의 마음을 나누었고, 아이들은 목사님의 마음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들의 마음 나눔 한가운데에는 언어라는 도구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계단을 청소해 놓고, 귤과 사탕을 갖다 놓았어도 목사님이 적어 놓은 글이 없었다면, 아이들에게 목사님의 마음 전달은 반감되었거나 전혀 되지 않았을 겁니다. 목사님은 자신의 마음을 계단 청소, 쓰레기통, 휴지, 귤과 사탕뿐 아니라 글로 전달했습니다.

우리는 언어없 이 살 수 없습니다. 언어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그들만의 언어가 있습니다. 문제는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입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전달하는 방법과 과정이 온전치 못하다면, 차라리 하지 않음만 못할 때가 있습니다. 말의 내용은 좋은데, 그 말을 하는 사람의 표정이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의 분노로 일그러져 있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엄하고 두려운 경고와 경계의 말일수록 만면에 웃음을 띠고 합니다.

윗글에서 목사님이 했던 계단 청소, 갖다 놓았던 스테인레스 그릇과 쓰레기통, 그리고 휴지, 귤과 사탕이 목사님의 표정이었다면, 그 옆에 써놓은 글은 목사님이 전하고자 했던 진짜 내용이었습니다. 우리가 대화를 하거나 속 마음을 나눌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하는 것은, 그 말을 하는 우리의 얼굴 표정과 자세입니다. 말로 전하는 내용은 좋은데, 말을 전달하는 얼굴 표정과 자세가 무례하다면, 그 말은 무가치하게 됩니다. 아니, 더 큰 화를 자초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주위 사람들과 얼마나 많은 대화를 하며, 얼마나 많은 마음 나눔을 하는지요? 마음 나눔을 하고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 어떤 마음을 나누는지요?

 “유순한 대답은 분노를 쉬게 하여도 과격한 말은 노를 격동하느니라”(잠 15:1).

“너희 말을 항상 은혜 가운데서 소금을 고르게 함같이 하라 그리하면 각 사람에게 마땅히 대답할 것을 알리라”(골 4:6).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