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여 년 전, 중국 주나라 무(武)왕은 아버지 문(文)왕의 대를 이어 은(殷)나라를 무너뜨린 후 은나라의 폭정에 시달렸던 민심을 어루만지는 데 주력하며 선정을 펴는 데 힘썼다. 하지만 나라가 차츰 번성해지고 사방에서 조공을 올리는 무리가 늘어나자, 무왕의 마음이 조금씩 해이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서쪽의 한 부족이 바친 아주 신통한 힘을 가진 진귀한 개에 마음을 뺏기면서 정치를 게을리하게 되었다. 그러자 아직 민생이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데다 나라의 기반도 탄탄하지 않은 상태를 걱정한 나머지 신하 소공(召公)이 무왕에게 충언의 글을 지었다.

“고생 끝에 나라를 열었으니 무릇 군주 된 사람은 새벽부터 밤까지 부지런히 일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라며, “작은 행실을 삼가지 않으면 마침내는 큰 덕에 누를 끼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마지막 부분에 “위산구인 공휴일궤(爲山九仞 功虧一簣)”라고 하였다. 이는 즉, “아홉 길 높이의 산을 만드는데 삼태기 하나의 흙이 모자라도 일을 다 이루지 못하는 것입니다.”라는 뜻이다.

이는 비록 작은 양이지만, 삼태기 하나의 흙 때문에 아홉 길이나 되는 산을 만든 공이 무너지듯 조그만 행동도 조심하지 않고 방심하면 주나라 창업의 공적 또한 헛수고가 될 거라고 충고한 것이다. 이를 귀담아들은 무왕은 다시 정신을 가다듬어 온 마음으로 백성들의 삶을 살피고 주나라를 굳건하게 세워나갔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100리를 가려는 사람이 구십 리에 이르러서도 ‘겨우 반 정도 왔구나’로 여긴다는 “행백리자 반구십리(行百里者 半九十里)” 또한 결국 목표에 이를 때까지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선조들의 훌륭한 가르침이다.

지난 10월 2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롤러스케이트 3,000m 계주 결승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한국의 마지막 주자가 결승선 앞에서 승리의 세리머니로 두 팔을 높이 치켜든 순간 대만의 마지막 주자는 주저앉은 자세로 결승선을 향해 왼쪽 다리를 쭉 내밀었다. 불과 12.2cm 차이. 그 마지막 순간 혼신의 힘이 0.01초 차이를 만들면서 금메달 우승의 영광이 뒤바뀐 것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너희들이 축하하는 동안 나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라고 한국 선수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를 보면서 50여 년 전 프로야구의 전설 요기 베라(Yogi Berra)의 명언이 떠오른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그가 감독을 맡고 있던 뉴욕 메츠가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서 시카고 컵스에 9경기 반 차로 뒤지고 있을 때 “이번 시즌은 끝난 게 아닌가?”라는 기자들의 짓궂은 질문에 역전을 다짐하며 한 말이다. 결국 시카고 컵스를 물리치고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했으며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했다.
영어에도 “시작이 좋을 때보다 끝이 좋은 것이 낫다(A good ending is better than a good beginning)”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유종의 미”와 같은 의미다. 그러고 보면 시작할 때보다 마무리를 잘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일찍이 노자(老子)가 “신종여시(愼終如始), 즉무패사(則無敗事)” “무슨 일이든 처음의 마음가짐으로 끝까지 정성을 다하면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다”라며 경각심을 주었던 그 말대로 경기 내내 한국에 밀린 약자이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함으로써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대만의 그 주자는 금메달과 상관없이 승자가 아닐는지? 그에게 박수를 보내며 한국 선수에게는 위로를 보낸다.

* 편집자 주 - 김학천 필자는 2010년 한맥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다. 서울대와 USC치대, 링컨대 법대를 졸업하고, 재미한인치과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온타리오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으며,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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