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sychology in Movies

영화속 심리 어떤 일의 결과 이전에 그 과정을 좀더 알게 되면, 그 일이 잘 되었든 못 되었든 그 모든 일이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국가대표(Take Off)>가 바로 그러한 경우인데, 스키 점프라는 한국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비인기 스포츠 종목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 스토리를 보면서 진한 감동을 느껴 소개한다. 한 가지 기억할 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지만 각색이 많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이다. 너무 감동적이다 보니 등장인물과 사건들이 모두 정말인가? 하는 문의가 많다고 한다. 어쨌거나 다른 사람들 이야기의 사실 여부를 넘어 그 이야기가 내 인생에 주는 의미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이 영화를 보았으면 좋겠다. 

10여 년 전 한국에서는 동계올림픽 유치 노력이 있었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스키 점프팀이 급조된다. 팀이 급조되다보니, 대표팀 감독의 전직이 어린이 스키교실 강사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스키 점프라는 단어의 스펠링도 잘 모르고(Ski를 Sky라고 표현한 것을 미국 교포 출신 선수가 고쳐 주는 장면이 나온다), 운동 규칙도 정확하게 모를 정도이다.
선수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스키를 타본 경험은 있지만 스키 점프는 처음이다. 어릴 때 한국에서 외국으로 입양된 밥(Bob) 은 친엄마를 찾겠다고 한국에 왔다가 미국 알파인 스키 청소년 국가대표라는 경력 때문에 감독에게 최우선으로 붙들린다. 나이트 클럽에서 웨이터 소위 삐끼 역할을 하는 흥철, 아버지가 운영하는 고기집 일을 돕는 재복, 할머니와 정신지체아 동생과 함께 사는 칠구도 팀에 합류한다.

그런데 이들이 한 번 해보자고 의기투합한 이유는 각자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감독이 약속한 금메달만 따면, 밥은 친어머니와 살 수 있는 아파트가 부상으로 나올 것이고, 나머지 선수들은 군 입대가 면제되어 지금의 가족들과 계속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어렵사리 네 명의 엔트리가 구성된다.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한참 공사중인 점프대에서 이들은 연습을 시작한다. 영화는 변변한 연습장 하나 없는 열악한 현실을 보여준다. 통나무 위 발 받침대에 올라가 균형 잡는 훈련은 재복의 고기 집 마당에서, 나무 꼭대기에 줄로 매다는 공중 곡예는 숲 속에서, 시속 100km 가까이 달리는 밴 위에서 스키 점프 자세를 고정하는 훈련은 일반 도로에서 이루어진다. 제일 황당한 것은 점프대 경사 부분에 물이 나와야 미끄러져 내려가며 연습이 되는데 물이 안 나오는 것이다. 궁하면 통한다고 문 닫은 어느 놀이공원의 후룸 라이드를 그럭저럭 개조해 쓴다. 
 
문제는 열악한 환경만이 아니다. 한국이 어린 시절의 자기를 입양아로 버렸다는 피해의식을 가진 밥은 삐딱한데다가 특히 흥철과 사사건건 부딪친다. 어느 부자 집 가정부로 일하는 친엄마를 마침내 찾지만, 엄마가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자신도 엄마를 도울 형편이 안 되어 돌아서면서 좌절한 밥은 훈련 포기를 선언한다. 어렵사리 구성한 팀이 이제는 끝나는가보다 싶은데 밥이 돌아와서 메달 따면 아파트 줄 거냐고 다시 한 번 다짐을 받고 팀에 합류하는 우여곡절이 전개된다. 밥은 이제 차헌태라는 한국 이름으로 귀화한다. 유니폼도 제각각이고 서로 마음도 안 맞았던 이들이 일단 도전해 보자면서 다시 한번 파이팅! 하고 외친다. 

드디어 독일에서 열리는 올림픽 예선에 나갔지만, 어이없게도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미국팀 선수들과 싸움이 벌어져 두 팀 모두 실격 처리되고 만다. Bob 아니 차헌태가 과거에 라이벌이었던 미국 선수와 식당에서 만났는데 상대가 시비를 걸어 집단 패싸움이 벌어졌던 것이다. 이때 차헌태(Bob)가 미국 선수들과 영어가 아닌 한국말로 싸우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우여곡절끝에 예선까지 왔다가 도중하차하여 실망하던 참에 기상악화로 일정이 모두 취소된다. 규정상 참가한 모든 팀이 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 되는 엉뚱한 일이 벌어진다. 감독이 국제전화를 걸어 한국 본부에 “해냈습니다!”라면서 감격에 겨워 출전 소식을 알리는데, 반가운 답변을 듣지 못한다. 알고 보니 다음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한국이 선정되지 않아 팀이 해체되게 된 것이다. 그들은 개최지로 선정되기 위한 전시용 국가대표팀이었지, 그 이상의 계획은 없었던 것이다. 선수들의 원망이 감독에게 쏟아진다. 나를 입양아로 버리더니 또 한번 한국은 지신을 속였다고 차헌태(Bob)는 분노하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이렇게 할 수 있느냐고 홍철은 울분을 터뜨린다.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 감독은 협회에 요청해 올림픽에 공식 출전한다. 물론 자비 출전이다. 경기장에 수많은 관중이 들어찬 모습이 생소하면서도 인상적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하늘을 날으는 장면이 이 영화의 압권이다. 그 동안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실로 메달권 진입이 눈앞에 왔지만 마지막 선수가 넘어지는 바람에 최하위에 머물고 만다. 그런데 그 누구도 최하위의 선수들에게 돌을 던지지 못하는 영화이다. 그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했고,  절망과 좌절에서 용기와 희망으로 이미 그들의 삶이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스키 점프라는 비인기종목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너는 알지 못하였느냐 듣지 못하였느냐 영원하신 하나님 여호와, 땅 끝까지 창조하신 자는 피곤치 아니하시며 곤비치 아니하시며 명철이 한이 없으시며 피곤한 자에게는 능력을 주시며 무능한 자에게는 힘을 더하시나니 소년이라도 피곤하며 곤비하며 장정이라도 넘어지며 자빠지되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의 날개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달음박질하여도 곤비치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치 아니하리로다”(이사야 40:28-31).

영화를 소개하는 여러 카피 문구 중 ‘하늘을 나는 꿈’,‘당신도 국가대표입니다’라는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오늘 내 삶이 잘 나가고 있든 못 나가고 있든, 나름으로 다 사연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오늘 어려움 가운데 있더라도, 그냥 주저앉아 있을 것이 아니라 여호와를 앙망하는 마음, 독수리가 하늘을 향해 날개 치며 올라감같이 다시 한 번 믿음을 갖고 시작하자는 것이다. 영화처럼 비록 최하위의 결과가 나올지라도 노력하는 과정 그리고 하늘을 향해 날았다(take off 도약, 이륙)는 자체가 참으로 소중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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