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sychology in Movies

 

이 세상 살면서 내내 싸운 부부가 있었다. 자녀들이 죽어서라도 잘 지내시라고 두 분을 같은 관에 모셨더니 두 분이 다시 살아나 계속 싸우더라는 우스개 이야기가 있다. 가장 가깝고 좋아야 할 부부 사이가 가장 어렵다는 의미의 이야기일 것이다.
신혼과 중년을 넘어 노년까지 아름다운 사랑을 해보자는 의미에서 노년 부부 영화를 계속 소개하려고 한다. 나이 드신 분들은 지난 결혼 생활을 돌아볼 수 있고, 아직 노년이 안 된 분들은 나중에 저렇게 되는구나! 미리 알아 두는 것도 괜찮겠다는 취지.

오늘의 영화 ‘Away From Her’는 은퇴 후 시골에서 사는 노년 부부가 하얀 눈이 덮인 들판에서 스키를 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스키장이 아닌 넓은 들판에서 크로스 컨트리 스키를 할 수 있는 자연 환경이 부럽기만 하다. 게다가 44년이나 같이 살았다는 부부가 어쩜 저렇게 다정할까? 우리 부부도 나이 들어 저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사실 영화가 진행되면서 또 다른 사랑이 시작되기도 하여 노년의 부부관계 역시 간단치 않아 보인다.  이 영화의 원작은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Alice Munro)의 『곰이 산을 넘어오다(The Bear Came over the Mountain)』라는 단편소설이라고 한다.

영화의 첫 장면은 로맨틱한  부부 사랑을 보여 주는데, 사실은 아내가 치매인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상태이다. 남편이 후라이팬을 씻어 아내에게 주면 생글생글 웃으며 냉장고의 냉동칸에 집어넣는다. 친구들과 식사하다가 와인을 보며 왜인이라는 엉뚱한 단어를 말한다. 치매 상담을 받다 말고 외투를 찾는다. 문에 걸려 있는 딴 사람의 옷을 보며 찾던 자신의 외투는 그녀가 앉았던 의자 팔걸이에 걸려 있다. 20년 넘게 살아온 집을 보고도 “언제 이사 왔지? 1~2년 됐나?”라고 묻는 등 치매 증상을 계속 보인다. 그런 아내를 돌보는 남편과 치매와 정상을 오가는 아내역을 맡은 두 남녀 배우들의 연기가 압권이다.

어느 날 스키 타러 나간 아내가 집에 돌아 오지 않고, 마을 엉뚱한  장소에 가있는 일이 생긴다. 아내를 더 이상 집에서 돌보지 못하게 되자 두 사람 동의하에 아내는 너싱 홈으로 간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너무 바쁜데다 만감이 교차하다보니 아내는 새해 1월에 입원하게 된다. 게다가 한 달 동안은 가족 면회도 금지된다. 떠나는 아내는 뭘 아는지 모르는지 덤덤한데, 44년 동안 모든 것을 함께 한 남편은 눈물을 글썽이며 가지 말라면서 슬픈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영화 제목 ‘Away From Her’가 실감되는 장면이다. “결혼하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라며 청혼한 아내를 회상하며 “배우자를 떠나지 않겠노라고(away from her), 그녀에게서 생명의 불꽃(spark of life)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영화의 반전은 한달 후 아내를 방문했을 때 아내가 남편을 알아 보지 못하는 데서 시작된다. 남편만 못 알아 보는 것뿐 아니라, 그녀 옆에는 휠체어에 앉아 말 못하는 남성이 있다. 아내는 카드 게임도 하고 산책도 하면서 그 남자를 돌보고 있다. 아내는 남편에게 어릴 적 남자 친구라고 소개한다.
평소 차를 마시지 않는 남편에게 아내는 차를 마시겠느냐고 묻고, 매일 찾아오는 남편에게 끈질기게 따라다닌다고  화를 내는 황당한 장면들이 이어진다. 게다가 아내의 남자 친구는 남편이 나타나면 이상 반응을 보일 만큼 둘은 가까워져 있다. 아내가 남편에게 키스하자 저 멀리서 보던 남자친구는 괴로워하며 카드를 떨어뜨려 결국 아내가 돌아가게 만든다. 남편은 매일 방문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하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 바라본다. 남자 친구는 아내의 얼굴을 그린 그림을 주고, 아내의 방에 그림이 여러 장 붙어 있다.  

아내의 기억을 되살리려고 읽던 책을 갖다 주는 등 남편이 노력하지만 별 진전이 없다. 하루는 아내가 평소 안 입던 스웨터를 입은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참지 못한 남편이 아내를 가로막으며 이야기하려 하자 말 못하는 남자 친구가 괴로운 반응을 보인다. 아내가 아파서 방에서 못 나오는 일이 생겼는데, 이제 두 사람이 한 방에 있는 모습을 보고 남편은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다.

남편이 요양원 디렉터 특히 간호원과 간간히 비공식적으로 상담하는 장면이 나온다. 요양원에서 만난 사람들의 관계가 너무 깊은 것 아닌가 하고 남편이 심각하게 묻는데, 간호원이 키득거리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장면에선 잠시 불쾌한 마음도 든다. 간호원은 어쩌면 아내가 남편을 벌 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여 지나온 일들을 돌아보게 한다. 젊은 시절, 교수였던 남편을 따르던 여학생이 있었다. 가정을 깨지는 않았지만 부부관계의 위기였다.

영화의 또 다른 반전은 남편이 남자 친구의 아내를 찾아가는 부분이다. 처음에는 “내 남편은 성적인 능력이 없다. 당신 아내와 관계 맺을 일 없으니 걱정 말라”면서 문전박대를 한다. 남편이 찾아간 건, 남자 친구가 비용 감당을 못해 집으로 돌아간 후 아내가 깊은 우울증에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남편은 남자 친구를 요양원에 다시 보내는 것이 아내를 살리는 길이기 때문에 찾아 왔노라고 설명한다. 아내의 기억을 되살리고 기분 전환을 시키고자 집으로 잠시 되돌아 왔는데 아내가 “집(너싱 홈)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해 남편이 마지막으로 취한 결정이었다. 이렇게 기구한 사연으로 만난 남자 친구의 아내와 남편도 댄스 파티에서 만나 사랑을 나누는 관계로까지 발전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남자 친구를 너싱 홈으로 다시 데려온 남편이 아내와 잠시 둘만의 시간을 가진다. 그때, 아내가 남편을 알아보고 “당신은 나를 여러 번 버릴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 고맙다!”면서 포옹을 한다.

“이와 같이 남편들도 자기 아내 사랑하기를 제 몸 같이 할찌니 자기 아내를 사랑하는 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라... 그러나 너희도 각각 자기의 아내 사랑하기를 자기 같이 하고 아내도 그 남편을 경외하라”(에베소서 5:28, 32).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백년해로하며 살면 좋겠는데 이 영화에서는 치매라는 병이 가로막는다. 하지만 영화는 남편의 헌신적인 사랑, 순애보 같은 사랑을 보여 준다.

♬ Only Yesterday ♬ Away From Her 주제가 

Where have the years gone, my how they flown
지난 시간들이 어디로 갔나요? 참 빠르게 흘러갔네요
 
The kids have all moved on my how quickly they’d grown
아이들은 모두 제 갈 길로 갔어요, 참 빨리도 자랐지요

The first time I met you, the touch of your hand
당신을 처음 만난 순간, 당신의 손에서 전해져온 그 느낌
 
Is it really a lifetime my dear
Oh it seems like it was only yesterday
정말 세월이 흐른 거예요? 아,  바로 어제의 일만 같은데
 
Your hair has turned to silver once shown like gold
황금처럼 빛나던 당신의 머리칼은 은발로 변했지만

But the smile I see within your eyes never will grow old
당신 눈 속의 그 웃음은 결코 늙지 않을 거예요
 
The softness in your voice
when we first met it’s there today
우리 처음 만난 그때
당신 목소리의 부드러움도 여전하구요.

Love I hear in every word you say
당신이 건네는 한 마디 한 마디 말 속에서
나는 사랑을 들어요.
 
Oh it seems like it was only yesterday
아, 그 모두 바로 어제 일만 같아요

Only yesterday I fell in love with you
Only yesterday you said you loved me too
당신과 사랑에 빠졌던 일이 바로 어제인 것만 같은데
나를 사랑한다던 말을 바로 어제 들은 것만 같은데
 
The plans we made when we were young
Are now so very far away
젊어서 우리가 세운 계획들이
어느새 아득한 옛 일이 되었어요.

But it seems like it was only yesterday
그 모두 바로 어제의 일만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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