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sychology in Movies

이 영화는 뉴욕 할렘가의 한 초등학교에서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여선생의 실화이며, 음악 영화, 교육 영화 등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지만 주인공이 싱글 맘으로 지내는 모습에 초점을 두어 소개하려고 한다.

주인공(메릴 스트립)은 언젠가 카네기 홀에서 연주하고 싶다는 꿈을 꾸었던 바이올리니스트이다.  군에 복무하는 남편을 따라 해외로 가게 되면서 그 꿈을 잠시 접는데, 꿈은 둘째치고 당장 먹고 사는 생계 걱정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남편이 바람나서  주인공과 두 아들을 두고 떠난 것이다. 기가 막히게도  부부끼리도 친했고, 친구이기도 했던 여자와 남편이 눈이 맞은 것이다.

영화는 이별의 상처를 정리하지 못하고 전 남편에게 전화하는주인공으로부터 친정 어머니가 전화기를 냉정하게 빼앗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주변의 지지 그룹이 중요하다. 친정 어머니는 문제에 같이 빠지지 않고 냉정하게 현실을 인식하게 도와 주는 역할을 한다. 모녀 사이가 친구 같아 보이고, 어머니로서 감싸 주고 받아 주기도 하지만, 끊을 것은 분명하게 끊는 역할을 잘도 감당한다.  

마음은 그럭저럭 정리한다지만 먹고 사는 것이 문제이다. 어린 시절의 남자 친구 추천으로 뉴욕 할렘의 초등학교 음악 프로그램 교사로 지원한다. 하지만 면접에서 실제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주인공의 경력은 해외에서 비공식적인 음악 캠프를 열었던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주인공은 약속도 없이 교장실로 쳐들어간다. 두 아들까지 데려와 함께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두 아들의 훌륭한 연주와 주인공의 열정에 감동한 교장 선생님은 다 좋은데 바이올린 구입 예산이 없어서 곤란하다고 말한다. 주인공은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걱정 말라고, 해외 음악 캠프때 준비해 둔 바이올린 50대가 있다고 말하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신나게 사무실을 나간다. 주인공이 일자리를 어렵게 또 절박하게 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홀로 생계를 감당하는 싱글 맘들의 입장을 새삼 이해하게 된다.

어렵사리 일자리를 구했지만, 바이올린 첫 수업에서 남자 아이들은 바이올린이 무슨 기관총인양 총 쏘는 시늉을 하질 않나, 여자 아이들은 바이올린 활로 칼싸움을 하질 않나,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바이올린은 백인들이나 하는 것이라면서  배우길 원하는 아이를 수업에서 빼간다. 그러고 보니 주인공은 백인 미녀에다 낭만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서 흑인 / 히스패닉 지역에는 그다지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주위 교사들의 반응 또한 냉랭하다. 정규 수업에서 특별 음악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빼가는 별난 존재로 여기고, 임시 교사이니 1년 후면 안 보게 될 것이기에 가깝게 대하지도 않는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교사 생활을 시작했지만, 주인공은 어려운 교육 과정 속에서 많은 걸 깨닫게 된다. 아이들을 차갑게 대하고 혼내면서 잘못을 지적한 것이 문제가 되어 교장실에서 학부모의 항의를 받는다. 여전히 높은 톤으로 항변하는 주인공에게 교장은 학부모가 무엇을 원하는지 차분하게 전달한다. 연주를 잘하는 것과 가르치는 일은 서로 다른 차원임을 새삼 알게 된다. 또, 교장은 주인공의 문제를 지적만 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게 하면서 성장하도록 도와 주고, 좋은 친구도 되어 준다. 

아이들과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주인공은 아이들에게 사랑으로 다가간다. 악기 소리를 제대로 못 내고 정신이 멍한 아이를 혼냈다가 할머니의 임종 때문임을 알고 미안한 감정을 표현한다. 걸핏하면 바이올린을 가져오지 않는 아이에게 그만두고 싶으냐고 심하게 대했다가, 귀가길에 만난 아이의 아빠를 통해 아이가 엄마 집과 아빠 집에서 번갈아 지내느라 악기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주인공은 아이에게 수업 요일을 부모님께 알려 드리라고 다정하게 말해 준다.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변화가 느껴진다. 백인의 음악이라고 아이를 빼갔던 부모도 아이를 데려와 수업을 받게 해달라고 한다. 귀가길에 마주친 주인공이 “그럼 테니스는 백인의 운동 아니냐? 하지만 아무개 흑인 선수가 잘하고 있지 않느냐? 음악을 통해 당신 아이가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자세를 바로 하라고 뒤로 밀었는데 그 아이가 의족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가 앉아서 연습하도록 배려했더니 어느 날 갑자기 그 아이가 연주를 그만두려 한다. “어느 유명한 바이올린 연주자도 다리가 불편하다. 너도 할 수 있다. 음악은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란다!”면서 그 아이를 격려한다. 이 대사에서 영화 제목 ‘Music of the Heart’가 나온 것 같다.

이러저러한 우여곡절을 거쳐  학예 발표회가 있는 날은 감동의 도가니다. 음악적인 완성도는 둘째 치고 여러 사연을 가진 아이들이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연주하게 되었으니, 학생과 부모들, 학교 당국 모두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에 놀란다. 무엇보다 주인공의 인간 승리다. 예술가로서 자칫 나약해지거나 낭만에 젖기 쉬운데, 굳센 의지로 장애들을 극복하고 무엇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숭리한 것이다.

이제 싱글 맘 주인공의 가정 과 개인으로 초점을 돌려 보자. 남편이 떠난 후 어릴 적 친구였던 새로운 남자 친구가 등장한다. 주인공이 외로울 때 의지가 되고 일자리를 추천해 준 고마운 존재이다. 그런데 어느 날 글을 쓴다면서 타주로 몇달 훌쩍 떠나 버린다. 여자는 안정을 원하건만 남자는 가정의 굴레에 묶이지 않으려 한다. 다시 돌아온 남자는 두 아들에게도 잘하여 아버지 없는 아이들까지 그에게 의지한다. 하루는 네 사람이 밖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왔는데, 큰 아들이 남자의 집에 가서 자겠다고 우긴다. 연주 연습을 하라는 엄마의 말도 무시하고 바이올린을 내동댕이치기까지 한다. 아이는 엄마가 잘못해서  아버지가 떠났다고 항의한다. 주인공은 그 동안 차마 말하지 못했던 사실을 힘들게 들려 준다. 아들이 “아저씨 집에 가서 잘 수 없으면 아버씨가 우리집에 와서 살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묻자 주인공은 “아저씨가 가정을 원하지 않는다. 나도 힘들다!”라고 대답한다. 아버지 부재의 자녀들을, 그것도 아들 둘을 여성이 어렵게 감당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할렘 지역에 정착하면서 집 수리를 하는데 돈을 아낀답시고 일을 맡긴 사람들이 엉망이다.  사실 남자 친구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조언했건만 주인공이 고집을 피워 생긴 결과였다. 주인공은 홧김에 공사 맡은 사람들을 해고시키고, 남자 친구가 “어릴 때 고집 피우던 모습이 여전하구나!”라고 말하자 “너도 해고!”라며 절교를 선언한다. 혼자서 고군분투하며 집의 대소사를 결정, 추진하느라 주인공은 많이 지쳐 보인다.

세월이 흘러 청소년기에 접어든 두 아들은 광고를 통해 엄마의 데이트 상대를 찾는다. 수십, 수백 통의 데이트 신청 편지에 엄마는황당해하지만, 두 아들의 작전이 성공하여 엄마가 결국 한 남성을 만난다.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의 손을 타야 했던 자녀들이 엄마를 위해 줄 때가 온 것이다.
이제 영화는 마지막으로 치닫는다. 10년 세월이 흘러 바이올린 프로그램은 학교에서 인기가 최고이다. 처음에는 정규 수업에서 아이들을 따로 빼와야 했는데 이제 지원자가 많아 추첨할 정도이다. 그런데도 예산이 없다며 다음 학년도부터는 더 이상 운영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는다. 주인공은 이에 굴하지 않고 학부모들과 힘을 합쳐 기금 마련 음악회를 준비한다. 홍수 때문에 음악회 장소가 취소되었는데 티켓이 매진된 상태라 난감하다. 이때 뜻밖에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와 연결되어 협연으로 도움을 주고, 장소도 카네기 홀로 격상된다. 주인공의 옛 꿈이 예기치 않게 현실이 되는 해피 엔딩이다.  

“보아스가 그에게 대답하여 가로되 네 남편이 죽은 후로 네가 시모에게 행한 모든 것과 네 부모와 고국을 떠나 전에 알지 못하던 백성에게로 온 일이 내게 분명히 들렸느니라 여호와께서 네 행한 일을 보응하시기를 원하며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 날개 아래 보호를 받으러 온 네게 온전한 상 주시기를 원하노라”(룻기 2:11,12).

영화 속의 주인공은 이혼당한 싱글 맘이고, 성경에 나오는 룻은  과부라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다만 혼자가 된 이후, 꿋꿋하게 삶을 헤쳐나가는 모습과 주위의 칭찬을 받는 두 사람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한편 보아스와 같은 주변의 지지 그룹-영화 속 친정 어머니, 교장, 두 아들-의 중요성도 생각해 본다. 싱글 부모들의 어려움을 새삼 헤아려 보면서, 영화의 주인공처럼 사랑과 열정으로 삶을 헤쳐나가길 기대해 본다.

* 영화 후일담 -카네이 홀 기금 마련 음악회를 통해 음악 프로그램은 3년간 계속되었고, OPUS 118이라는 음악교육단체가 할렘가에 생겼다고 한다. www.opus118.org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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