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矛盾)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두 사실이 서로 배척하여 양립할 수 없는 관계”입니다. 중국 초나라 상인이 창(矛)과 방패(盾)를 팔면서 ‘어떤 방패로도 막지 못할 창’과 ‘어떤 창으로도 뚫지 못할 방패’라며 앞뒤가 맞지 않는 선전을 한 데서 유래한 말입니다.

컴퓨터 보안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레 등장한 그룹이 해커(Hacker)들입니다. 컴퓨터상의 어떤 보안이든 뚫고 들어가 중요정보를 훔쳐갑니다. 개인은 물론 은행이나 기업, 정부의 정보를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훔칩니다. 이들에게 못 뚫는 보안기술이란 없습니다. 반면에 기업이나 은행, 정부기관은 어떤 해커들의 칩입도 막는다는 각오로 보안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설치합니다. 어떤 방패도 뚫는다는 창과 어떤 창도 막는다는 방패처럼 해커와 그들을 막고자 하는 사람들의 전쟁은 치열합니다.

지난 해 8월, 애플 컴퓨터사(社)는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제품을 해커하는 기술로 유명한 대학생 해커 한 명을 인턴 사원으로 채용했습니다. 그는 니콜러스 알레그라라는 19세의 브라운대 학생인데, 경제 잡지 포브스(Forbes)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해킹하는 일이 지루해졌다. 이제는 해킹을 막고 대응하는 보안 관련 일을 하고 싶다.” 애플은 자사 제품을 해킹한 사람을 징계하는 대신 채용함으로써 그동안 골치를 썩였던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제품보안을 더 강화하는 일거양득의 수확을 하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소니사(社)는 자사 제품을 해킹한 사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가 더 많은 해커들의 보복공격을 당해 엄청난 손실을 보기도 했습니다.

해코지하는 사람을 관용하여 품을 것인가 창과 방패로 맞대어 싸울 것인가의 문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관계의 문제들입니다. 부부, 자녀, 고부(姑婦), 이웃, 직장 동료, 성도간에 생기는 대부분의 문제는 관계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런 모든 관계의 문제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기심입니다. 자기 중심에서 보고, 판단하고, 말하고, 행동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입니다.

그런데 이런 이기심의 문제는 인간과 하나님 사이에서도 발견됩니다. 피조물이면서 창조주 하나님께 이기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며 심지어 하나님을 없다고 말하거나 거부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의 명분은 ‘자유’입니다. 하나님을 예배하고 그분의 말씀에 순종하는 데 써야 할 자유를 하나님을 무시하고 대항하는 데 사용합니다.

이런 잘못된 자유는 그리스도인들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마음 내키는 대로 살며, 기도를 소홀히 합니다. 기도응답이 없다고 불평하고, 있더라도 자신의 뜻과 다르다고 하소연합니다. 무엇보다 자신은 그렇게도 ‘자유’를 외치면서 하나님이 행하시는 ‘자유’는 용납하지 못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마틴 루터는, “하나님께서 역사하실 시간과 장소, 방법 따위를 시시콜콜 지정해 드리려고 한다면 그분을 시험하고 있는 셈이다. 진짜로 살아 움직이시는지 보겠다는 심산이다. 이는 하나님을 제한하는 행동이며 마음대로 주님을 움직이려는 태도이다. 창조주로부터 신성을 박탈하는 짓이나 매한가지다. 하나님은 자유로운 분임을 알아야 한다. 어떤 제한도 받지 않으신다. 그분이 인간에게 장소와 방법, 시간을 지정하시는 게 지극히 당연하다.” 라고 말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는 마음대로 행사하겠다고 하면서 하나님이 행하시는 자유에 대해서는 항변하고 하나님을 물건 다루듯이 마음대로 하려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질타한 말입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하나님이 당신에게 주신 자유를 올바로 사용하고 있습니까? 당신에게 참 자유를 주신 창조주 하나님을 피조물인 당신의 뜻에 맞추어 속박하려고 한 적은 없습니까?
사탄은 거짓 자유에 속게 만드는 데 선수입니다. 진짜 자유를 속박이라고 생각하게 하고 진짜 속박을 더  매력있고 선하게 보여 자유라고 착각하게 합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서 5장 13절에서, “형제들아 너희가 자유를 위하여 부르심을 입었으나 그러나 그 자유로 육체의 기회를 삼지 말고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 노릇 하라”고 말씀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사는 것이 진짜 자유를 행사하는 것이고, 육체의 욕심을 위해 사는 것이 진짜 속박이라는 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위하여 자원하여 종이 되는 것, 이웃을 위해 자원하여 기쁨으로 섬기는 것, 성경이 말하는 참 자유의 행사(行使)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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