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공동체를 위한 상호존중의 대화(20)

부부 사이에 비난하면 이혼하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관계, 부부관계가 깨어질 때 :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는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부부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이혼률이 점점 높아갑니다.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가 깨어지는 사회,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사회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혼의 여러 가지 이유들을 말해 왔습니다. 성격 차이, 성(性) 문제, 가정 경제 문제, 가족 문제 등등. 그런데 부부관계가 깨어지는 이유 중의 하나는 상호존중의 결핍 때문이라고 저는 해석하고 싶습니다. 이 사실을 가트만 연구소의 연구 결과가 뒷받침해 줍니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가트만(Gotman) 연구소는 30여 년간 부부 대화를 연구해서 결혼생활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밝혀냈습니다. 그들은 부부들의 대화 모습을 비디오로 찍고, 말의 내용, 표정, 눈빛, 억양, 태도 등을 관찰해서 이혼의 이유들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부부 싸움 중에 비난, 경멸, 자기방어, 담쌓기의 네 가지 요소들이 이혼을 불러 온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가트만 부부는 부부가 언쟁하는 첫 3분만 보면 94%의 정확도로 이혼을 예측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시작부터 아내의 목소리가 거칠고 공격적이면 그 부부는 결국 이혼하리라는 예측을 할 수 있고 그 오차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부부 사이에 비난, 경멸이 계속 쌓이면 인격이 손상당하고 그것은 이혼으로 가는 지름길이 됩니다. 다시 말해 부부간에 상호존중이 결여된 비난과 경멸의 말을 하면 이혼에 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네 가지 요소 중에서 비난과 경멸 부분을 존 가트만의 책을 통해 자세하게 살펴 보고자 합니다.

비난, 상대방의 인격과 능력을 훼손하는 언어 :
부부가 함께 살면 마음에 맞지 않는 일이 생깁니다. 상대방에 대한 불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불만(complain)과 비난(criticism)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불만은 기대에 어긋난 배우자의 행동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지만, 비난은 불만을 지나서 상대방의 성격, 인격, 능력을 공격하고 훼손하는 언어의 무기입니다. 비난은 불만을 말하면서 앞에 또는 뒤에 인격, 성격, 능력에 관해 부정적 이야기를 덧붙이는 것입니다.  비난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위해 쓴 소리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상대방의 자기 존중감과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주고 초라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래서 부부 사이의 비난은 이혼으로 가는 첫 번째 위험 요소라고 합니다. 존 가트만은 차라리 불만을 이야기하라고 권합니다. 그 역시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분노와 불만을 말하지 않고 쌓아 놓았다가 비난으로 가는 것보다 말하는 편이 결혼생활을 더욱 건강하게 만든다고 제안합니다. 여기서 불만과 비난의 구별이 필요합니다. 몇 가지 예를 봅니다.

(불만) “어젯밤 주방 청소를 하기로 했잖아요. 그런데 당신이 하지 않아 화가 났어요. 교대로 바닥청소를 하기로 했는데 왜 안해요?”(비난) “당신은 어째서 그렇게 잊어먹기를 잘하죠. 당신이 하기로 한 날인데도 내가 바닥청소를 해야 하다니, 정말 지긋지긋해. 이제는 잔소리하는 것도 지겨워. 당신은 무책임한 남자야!”
불만과 비난의 구별은 쉽지 않습니다. 불만은 당신이 희망하고 기대한 것을 이루지 않은 행동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입니다. 비난은 상대방의 인격을 공격, 고발하거나 훼손하는 것입니다. 불만이 어떤 행동에 대한 것이라면 비난은 상대방의 인격 전체를 중상하는 행위입니다. 불만은 대체로 내 감정을 이야기하고 “나”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비난은 보통 “당신”으로 시작하고 상대방을 공격합니다.

(불만) “나는 외출하고 싶어하는데, 당신은 나가고 싶어하지 않네요.”(비난) “당신은 나하고 외출하는 것을 정말로 싫어하잖아. 당신은 당신만 알잖아요.”

비난은 불만을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시작하거나 끝맺을 수 있습니다.  “당신이란 사람은 늘 그래요.”,“당신은 늘 이기적이고 당신밖에 모르잖아!”, “당신이 하는 일은 늘 그렇지 뭐”, “당신은 늘 문제점만 보잖아!” 비난은 상대방을 나의 잣대로 판단하고 규정짓는 것입니다.

(불만) “나는 지금쯤 빨래가 끝나기를 희망했어요. 그래야 문 닫기 전에 쇼핑 몰에 갈 수 있잖아요.”(비난) “지금쯤 당신은 빨래를 끝냈어야 하잖아요. 내가 오늘 쇼핑하러 가고 싶어하는 것, 당신 알았잖아요. 당신이 하는 일은 늘 그래요.”

얼핏 보면 불만과 비난이 별로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비난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기를 방어하도록 만듭니다. 비난의 한 가지 형태는 불만의 리스트를 열거하는 것입니다. 불만의 리스트를 열거하면 그것은 더 강력한 주장이 되고 설득력을 가지게 되며 결국은 인격을 손상하게 됩니다. 또 다른 형태의 비난은 배우자에 대한 배신감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당신이 내게 이럴 수가 있어요. 나는 당신을 믿었는데...”
불만이 어떤 한 가지 사건과 행동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비난은 일반화시켜서 말하는 것입니다.

(불만) “나는 기분이 좀 상했어요. 당신은 식사 시간 내내 당신이야기만 하고 내가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해선 묻지도 않네요.”(비난) “당신은 나에 대해선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아요. 내가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전혀 관심이 없잖아요.”

경멸, 상대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 것 :
비난은 시간이 지나면 경멸(contempt)로 그 양상이 바뀝니다. 비난보다 더 나쁜 것이 경멸입니다. 경멸은 의도적인 모욕이며, 심리적 학대입니다. 다시 말해 의도를 가지고 상대방의 성품을 비난하고,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입니다. 모욕은 상대방이 싫어하는 이름 붙이기, 비웃음, 조롱 그리고 비언어적인 요소(억양, 표정, 몸짓 등), 시비조 말투를 통해 상대방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 것입니다.

* 모욕과 상대방이 싫어하는 이름 부르기(Insult and Name-calling): 상대방을 조소하면서 이름을 붙이는 것입니다. “당신이 그러고도 남자야!, 병신, 미친 놈, 멍청이, 무식하긴, 구제불능, 뚱보, 투덜이, 염치없는 사람, 당신이 그러고도 아빠야/엄마야?”

* 비웃음 (Hostile Humor):상대를 비웃는 듯한 말을 합니다. ‘어쭈, 한 번 더 해보시지”,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냐?”, “지나가는 개가 다리를 들고 웃겠다!”, “넌 그냥 그렇게 살아라.”

* 조롱(Mockery) : 배우자의 행동이나 말을 비웃거나 조롱하여 낮추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남편이 “난 당신을 정말로 생각해” 라고 말하면 아내는 조롱조로 “암, 그렇구 말구요, 당신은 나를 정말로 생각하죠.” 라고 대답합니다. 아들과 남편을 함께 도매금으로 조롱합니다. “어쩜, 네 아빠가 하는 행동을 쏙 빼닮았니!“

* 비언어적 요소 : 경멸은 비언어적인 표정, 억양, 몸짓(body language)을 통해 더 많이 드러납니다. 얼굴 찡그리기, 눈알 굴리기, 입술 쭈뼛 올리기, 조롱 섞인 투로 대답하기, 상대방이 말을 할 때 한눈 팔기, 대답하지 않기 등입니다. 

* 시비 : 불만의 표현과 비슷하게 ‘시비조’의 태도 역시 부부관계에 해를 끼칩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저녁식사 시간에 맞춰 집에 들어오지 않겠다고 하여 아내가 불만을 표하는데, 남편이“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할 건데? 나를 쫓아 낼 거야?” 하고 비웃으며 시비조로 대꾸하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모욕을 당하면 배우자에게 혐오감을 갖게 되고, 둘 사이는 점점 멀어집니다. 문제 해결은 더욱 불가능해집니다. 서로 모욕을 주는 부부는 다른 부부에 비해 병(감기, 몸살 등)에 걸리는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부부 사이에 절대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비난과 경멸입니다. 특히 아내가 남편을 비난하고 경멸하면 그것은 이혼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남편 된 사람은 자기 아내를 자기 몸같이 사랑하고 아내 된 사람은 자기 남편을 존경해야 합니다”(에베소서 5:33). 사도 바울의 이 말씀이 진리임을 오늘날 학문은 통계적으로 증명해 줍니다.(성공회한마음교회)

* 참고문헌 : 『John Gottman. PH.D., Why Marriages Succeed or Fail, New York, NY : A Fireside Book, 1994, pp.7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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