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기독교인들이 주축이 된 특별행사 모임에 초대되어 간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모임이 그렇듯이 참석자 모두는 앞가슴에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명찰을 착용했습니다. 오시는 분들과 일일이 인사를 하면서 시작 시간이 될 때까지 교제를 나누고 있는데, 좀 특이한 명찰을 달고 계신 한 분을 만났습니다. 그분의 명찰이 제게 특별하게 보였던 이유는 참석하신 모든 분들의 명찰에는 직분과 이름만 쓰여져 있었는데, 그 여성분의 명찰에는 직분 옆에 000회장 사모라는 표현이 덧붙여져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그 모임에는 - 세상적인 관점에서 볼 때 - 그 사모님보다 더한 명성을 가지신 분들의 사모님들이 상당수 참석하고 있었는데, 왜 그분의 명찰에만 유독 ‘000회장 사모’라는  표현이 더해졌는지 의아했습니다. 제가 모르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겠지 하며 무시하려고 했지만, 명찰이 남다르다는 생각을 완전히 떨칠 수는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모님의 남편이신 회장님이 그 모임의 보이지 않는 실제 호스트(Host)였습니다. 아무리 그렇다치더라도,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눈에 그 명찰이 달라 보였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의 생각이 또렷한 것을 보면, 제게는 참 특별한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한 마리 토끼도 못 잡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저것 다하려다 보면 어느 것 하나 변변하게 하는게 있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욕심이 지나치면 오히려 해(害)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만약 그 특이한 명찰을 달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명예욕 때문이었다면, 그것 때문에 그 사모님과 남편 회장님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라진 것은 그 사모님과 회장님에게는 보상받을 수 없는 큰 과실인 것 같습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도 하고 싶고, 반면에 자랑도 하고 싶은 것이 우리의 속마음일 것입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 좋겠지만, 많은 경우 둘 다 놓칠 수도 있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기근을 피해 애굽으로 갔던 아브람이 가나안 땅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함께 했던 조카 롯과 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서로가 같이 거하기에 땅이 너무 좁았고, 각자가 소유한 재물과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브람이 롯에게 먼저 거할 땅을 선택하라고 제안했습니다. 그때 롯이 땅을 선택한 조건은 두 가지였습니다. “여호와의 동산 같고 애굽 땅과 같은 곳”(창 13:10)이었습니다. “여호와의 동산”은 그의 신앙에 대한 마음을 상징했고, 애굽 땅은 당시 최고의 물질 문명을 상징했습니다. 롯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애굽 땅에서 생애 최고의 물질 문명을 경험했습니다. 그의 머리 속에는 삼촌 아브람으로부터 전수받은 신앙의 상징인 “하나님의 동산”과 최고의 물질 세계인 “애굽 땅”이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롯은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소돔과 고모라가 있는 요단 들을 택했습니다.

그 후 롯은 우리가 잘 아는 대로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쳐 버립니다. 아니, 한 마리는 완전히 잃어 버리고, 다른 한 마리는 잡은 것도 아니고 안 잡은 것도 아닌 처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할 때, 간신히 두 딸과 함께 몸만 겨우 피해 소알 땅으로 갔다가, 다시 인근 산에 있는 동굴로 도망간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의 아내는 끝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어 뒤를 돌아보다가 결국 소금기둥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다양한 선택을 합니다. 두 가지를 함께 선택해야 할 때가 있고, 한 가지만 선택해야 할 때가 있고, 여러가지를 겸하여 선택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신앙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분명히 한 가지만 선택해야 합니다. 우선권을 신앙에 두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흑백논리로 어느 하나만 가지라는 말이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 여러가지를 가질 수 있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예수님은 우리에게 분명한 지침을 줍니다.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리라”(마 6:24).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 6:31).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마7:13)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마 16:24).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 18:3). “내 이름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부모나 자식이나 전토를 버린 자마다 여러 배를 받고 또 영생을 상속하리라”(마 19:29).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에겐 몇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는 마음이 있습니까? 한 마리입니까? 두 마리입니까? 아니면 한꺼번에 여러 마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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