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 루이스가 쓴 『스크루테이프의 편지』(The Screwtape Letters)를 보면, 삼촌 악마가 조카 악마에게 보내는 편지가 나오는데,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네(조카 악마)가 아무리 애를 써도 환자(성도)의 영혼에는 어느 정도의 악의와 선의가 함께 있기 마련이다. (그들을 무너뜨리는) 제일 좋은 방법은 환자가 매일 만나는 이웃들에게는 악의를 품게 하면서, 멀리 떨어져 있는 미지의 사람들에게는 선의를 갖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악의는 완전히 실제적인 게 되고, 선의는 주로 상상의 차원에 머무르는 일이 된다.” 가까운 이웃 사람들에게는 사랑을 실천해 보이지 못하면서, 만나지도 못하는 사람,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든지 형식적인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라는 말입니다.

왜 그럴까요? 왜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힘이 들고, 멀리 있는 사람들이나 얼굴 마주칠 일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선의를 베풀겠다고 하며 그들을 사랑한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일까요? 강준민 목사님이 쓴 『꿈 꾸는 자가 오는도다』라는 책을 보면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음에 안 든다는 말은 마음이 좁다는 말입니다. 마음에 안 들어온다는 말입니다. 왜 사람들이 마음에 안 들어옵니까? 내 마음이 작아서 그 사람을 수용할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일평생 만나지도 않을 사람, 우리의 일상생활과 직접적으로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은 마음에 들고 안 들고 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답답해 할 필요도, 부대낄 필요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왜 가까이 있는 사람들, 매일 만나는 사람들 중에 마음에 안 드는 사람, 부딪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일까요? 정말 마음의 크기가 각기 다른 것일까요?

마가복음 10장에 나오는 예수님의 말씀에서 또 다른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하루는 사람들이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예수님께 왔습니다. 예수님께서 아이들을 만져 주시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자들이 그들을 꾸짖었습니다.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께서 노하셨다고 직접적으로 표현된 부분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제자들의 이런 행동에 대해 예수님께서 노하셨다고 마가복음 10장 4절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린아이들을 안고 그들 위에 안수하시고 축복하시면서 “어린 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 하나님의 나라가 이런 자의 것이니라”고 하셨습니다. 어린아이들은 계산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한 말과 행동에 대해 손익(損益)을 따지지 않습니다. 어떤 말이든지 액면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니 마음에 들고 안 들고 할 일이 없습니다. 순수하고 마음이 깨끗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가까이 있는 이웃은 사랑하기 힘들어 하면서, 대면하지 않을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서는 쉽게 사랑을 입에 담을 수 있는 이유는 우리의 마음이 순수하지 못한 때문일 것입니다. 마음이 좁은지 넓은지의 기준도 마음이 순수한지 그렇지 않은지와 연관된 문제일 것입니다. 그래서 발달 장애자들을 돕는 나눔 공동체 라르슈(L’Arche: 방주)를 설립한 장 바니에(Jean Vanier)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열렬한 희망을 갖는 것이다” 누군가를 향해 열렬한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그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순수해지지 않을 때는 불가능합니다. 유대인의 지혜서인 탈무드도 사랑과 순수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순수한 사랑이 쫓아내지 못하는 어둠은 없다.”

'순수'라는 말의 헬라어는 ‘하그노스(hagnos)입니다. ‘성결’ ‘순결’ ‘깨끗함’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야고보서도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에 있어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우선되는 것이 “성결(hagnos)”이라고 말씀합니다. “오직 위로부터 난 지혜는 첫째 성결하고 다음에 화평하고 관용하고 양순하며 긍휼과 선한 열매가 가득하고 편견과 거짓이 없나니”(약 4:17).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이 성결, 순결, 그리고 순수라는 말입니다. 그 ‘성결과 순수’의 바탕 위에 모든 것이 세워진다는 뜻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마음에는 하나님을 향한 성결과 순수함이 어느 정도인가요? 그리고 가족과 이웃을 향한 순수한 마음은 얼마나 됩니까? 그리고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습니까? 당신의 마음이 순수하고 깨끗하게 되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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