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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영(위스칸신)한국에 갈 때마다 평준화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분위기를 자주 접합니다. 어느 해 겨울, 주일예배를 드리려고 커다란 교회에 갔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온 교회 여성도들이 털 달린 코트를 입고 있었습니다. 교회 주변 골목골목이 털외투의 물결이었습니다. 그날 그 시각, 그 교회 여성도들은 털 달린 외투로 평준화되어 있었습니다.다음날 친구를 만나러 백화점 앞에 갔습니다. 아이들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까만 머리여서 뒷모습으로는 내 친한 친구도 찾기 어려웠습니다. 며칠 뒤 전철에서 나이 든 분에게 자리를 양보하자, “나하고 별 차이도 없는 분 같은데” 하면서 염색 안한 내 머리칼을 힐끗 쳐다보던 할머니의 머리칼도 새카맸습니다.지난 달, 한국에 갔더니 날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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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저널
2006.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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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일리노이)모든 것이 내려앉은 그 자리 내가 울면 하늘도 울어줍니다. 춥고 쓸쓸한 삶의 한 모퉁이를 돌면서 모든 것이 낯설고 서글프게만 보였던 지난 늦가을... 세상살이가 아무리 힘들고 혼탁해도 푸른 소나무처럼 청정한 모습으로 곧게 뿌리내리는 믿음의 그루터기가 되기를 감히 소망했던 어느 날, 나와 세상 사이의 간격을 조여 오는 어지러운 내 영혼의 반란이 있었다. 미움과 절망이 온 세상을 어둠으로 물들였고 더 이상 울 힘조차 없어 주저앉아 있으려니, 자기 삶을 다한 낙엽처럼 내 생의 나무 위에서 이제 그만 뛰어내리고 싶었다. 거리마다 채이고 밟히던 마른 낙엽들이 색깔도 형체도 없이 부스러져 버린 채 찬 바람 속을 떠도는 그 모습이 바로 ‘나’인 것만 같았다. 시린 가을비에 젖은 낙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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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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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혜(필라델피아)봄의 소리를 듣는다얼어붙은 땅눈 덮인 대지 위에바람조차 차가운데아직도 먼 봄의 소리움 트는 맥박 소리영혼의 촉각마음으로 감지한다언 땅 비집고파란 잎 고개 드는 땅이 열리는 소리가지마다 눈 트는 소리꽃망울 터지는생명의 소리봄의 소리를 듣는다지금 저리고 시릴지라도정녕 봄은 다시 오리니굳은 마음 녹아내린 은혜의 강물가슴마다 피어나는 생명 열리는 소리얼어붙은 길목황막한 들판에서봄의 소리 들으며생명을 산다영원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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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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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영(위스칸신)십오 년 전, 한국을 떠나오면서 그 동안 키운 화분들을 친구들과 교인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언니에게 주었습니다. 청량리 미도파 백화점 가는 길목, 허술한 화원 구석에서 찾아낸 그 화분은 8개월만에 나와 헤어졌습니다. 한여름 깨진 화분들 속의 바짝 타들어간 흙 위에 작은 꽃을 피우고 있었던 그것은 분명히 선인장이었습니다. 다른 선인장과는 달리 가시가 두드러지지 않았고 도톰한 잎사귀를 달고 있었으며, 그 사이로 팥알 만한 빠알간 꽃이 보였습니다. 주인은 헐값에 그 화분을 내게 주었습니다. 버려질 뻔한 상황에서도 꽃을 달고 나를 맞아준 것이 애처로워 정성을 기울여 돌보았습니다. 이삿짐에 넣지 못해 언니에게 주고 온 그 선인장은 한국을 생각할 때마다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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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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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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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일리노이)내 안의 ‘나’보다 먼저 갈 수 없고 주님을 더 앞서 갈 수도 없는 그림자 그 그림자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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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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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영(위스칸신)1달러에 10개씩 준다는 광고지를 보고 수퍼마켓에 옥수수를 사러갔습니다. 옥수수라면 대관령 목장에서 소먹이로 키우는 찰옥수수 맛 만한 것이 없지만, 살다보니 심은 지 딱 90일이면 영그는 달콤한 맛의 미국 옥수수도 즐기게 되었습니다.알이 굵어 보이는 옥수수 자루를 잡고 줄기 쪽에서 한 번 꺾어 뻣뻣한 껍질을 대충 벗겨 옆에 마련된 통에 던졌습니다. 찬찬히 10개를 세어 한 봉지씩 4개를 만들었습니다. 꼼꼼하게 다시 한 번 확인을 하고 계산대 앞을 통과했습니다.부엌 바닥에 앉아서 벗긴 옥수수의 얇은 껍질은 시간 날 때 바구니라도 짤 수 있을까 싶어 채반에 널고, 수염도 한 줌 꼭 쥐어 그 옆에 얹어 놓았습니다. 화씨 400도 오븐에 20분씩 앞뒤로 갈색 점이 생기도록 옥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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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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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미(일리노이)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친구를 통해 웃지 못할 이야기를 들었다. 동네 아줌마 몇 명이 모여서 밥도 가끔 먹고 쇼핑도 같이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화재는 명품이 되곤 했다 한다. 어느 날 그들은 압구정동 유명 백화점에 구경을 갔는데 그동안 아이들 키우면서 알뜰살뜰 살던 한 아줌마에게 이웃들이 이 정도 가방 하나쯤은 그 나이에 들고 다녀야하지 않겠느냐고 부추겼다. 약간 자존심까지 상한 그녀는 평소에 마음에 담아둔 명품을 보는 순간 너무 탐나고 가지고 싶어 눈 딱 감고 카드로 결제를 했다. 그리고 밤낮 보물처럼 쓰다듬으면서 맘이 뿌듯했다. 어느 날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다녀올 일이 생겼다. 며칠 전 구입한 명품 가방을 들고 버스에 오른 그녀는 승차할 때부터 식은땀을 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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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저널
2006.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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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묻는다너, 어디를 가느냐고......어릴 적길을 잃고 헤매던 기억처럼모든 것이 낯설어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길.오랜 시간이 흘러넓은 세상의 많은 길을 따라 왔으나나, 이제 뒤돌아보니내 안에서 내가 멀어져 간 만큼힘겨웠던 날들.날마다 흔들리던 잃어버린 그 길은삶의 애증으로 피워낸나의 길이었음을......길은, 수없이 찾아서 만나는 게 아니라바로 이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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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2005.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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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단풍빛 바라보며자신을 관조하는빛 밝은 가을날 오후삶을 오도하는허상의 짐 내려놓고맑고 깊은 눈으로 영혼의 개여울 들여다 보며사심없이 돌부리 감아 흐르는내면의 물소리 듣는 시간세상을 놓아버린 손을 들어영혼의 창을 닦고오래 닫아 두었던심령 구석마다 맑은 바람휘돌게 하는 시간잎새는 떠나가고잘 익은 열매만 남듯이말은 없어지고기도만 남는 시간다함없이쏟아져내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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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한
2005.11.2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