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장로(워싱턴 주)내가 어렸을 적인 60~70년 전까지만 해도 신부의 집에서 결혼식을 하고 신부가 꽃가마 타고 시집가던 광경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가난한 시절이었기 때문에 신랑이 말 타고 장가가는 풍경은 보지 못했다.2명이나 4명이 가마를 메고 가면 날이 좋거나 더운 날에는 가마의 작은 창문을 열어놓고 가는 경우가 있는데, 개구쟁이들이 따라가며 연지곤지 찍은 신부를 구경하며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신부를 맞은 신랑 집에서는 동네 잔치가 벌어지고 초야에는 여인들이 모여들어 창호지 문에 손가락으로 침을 묻혀서 구멍을 내고 신방을
김향숙(조지아)오늘은 일기 예보가 적중. 2 주 동안 가뭄 상태로 비가 와주기를 소원했는데, 기도 모임이 끝나자마자 폭우가 쏟아지는 것이 아닌가! 반가우면서도 내 마음은 뒷마당 화분에 심은 레몬 나무가 걱정이 된다.폭우에 혹시 처음 달린 레몬이 떨어지지는 않았을까 조바심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뒷 마당으로 달려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제까지 달려 있던 주먹 만한 레몬이 증발~~~“어머! 어디 갔지? 어디 갔어?” 너무 서운한 마음에 맥이 다 빠진다. 그동안 얼마나 정성을 들여서 키웠는데......매년 어머니날에 꽃을 보내던 딸 아이가
최기훈(수필가, 민영 소망교도소 교도관)그는 왜 이십 년 전 수인(囚人)이었을 때 신었던 그 운동화를 다시 신고 싶어 했을까? 지금 수용자들이 신고 있는 하얀 운동화를 한 켤레 구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내게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기야 수용자들이 신고 있는 운동화가 특정 지어진 건 아니다. 어차피 외부 공장에서 만들어 납품하는 것이다. 단지 끈이 없고 일명 찍찍이로 편리하게 붙이고 떼는 기능이 다를 뿐이다. 내게 운동화에 얽힌 추억은 짠하다. 학창 시절에 신었던 운동화는 검정 운동화였다. 품질과는 상관없
김홍준 장로(워싱턴 주)70여 성상을 지켜보았건만 여전히 계절의 변화의 경이로움과 정확함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매연과 세파에 찌든 도심에서보다는 여백의 공간에서 자연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다.입추를 맞은 하늘이 나날이 높아만 가고 살 속을 파고드는 따갑고 쾌청한 날씨가 각종 과일을 맛있게 익혀 주는 계절이 되었다. 아직 삼복 더위의 서슬이 퍼런데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빨간 고추잠자리가 푸른 하늘을 휘젓고 다니기 시작하면, 잠자리의 날갯짓을 타고 시원한 바람이 일어나 구름을 밀어내고 높아만
최기훈(대한민국)언약의 무지개였다. 무지개를 보면 마음이 설렌다. 무지개는 신기하다. 신기한 게 아니라 신비롭다. 이천이십일 년 팔 월 육 일 금요일 오후 네 시 삼십 분쯤 여기 경기도 여주시 북내면 외룡리 산자락 하늘에 흰 구름이 떠 있고 파란 하늘이 펼쳐졌는데도 빗줄기가 드셌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퍼붓듯 내린 소나기였다. 그 순간 두려움을 느낄 만큼 마음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어쩌면 무지개가 뜰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후 다섯 시 조금 넘어 정문을 나서는데 외부정문 하늘에 무지개가 떠 있었다. 한 동료가
채소들 사이를 비집고 올라오는 잡초를 쪼그리고 앉아서 뽑았다. 이른 아침 이마에 닿는 서늘한 공기는 머릿속까지 다다랐는지 청명하고 산뜻했다. 채소들도 벙실 웃는 듯했다. 뜰도 마음도 비 온 뒤의 풍경처럼 개운하기만 했다.워낙 작은 뒤란인지라 머리를 써가며 몇 종류의 채소를 심었다. 열 포기가 못 되는 들깨, 역시 몇 개의 오이. 또 토마토 몇 그루. 방석만
당신이 하는 일이 문제가 아니다.당신이 하지 않고 남겨 두는 일이 문제다.해 질 무렵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그것이다.잊어버린 부드러운 말쓰지 않은 편지보내지 않은 꽃밤에 당신을 따라다니는 환영들이 그것이다.당신이 치워 줄 수도 있었던형제의 길에 놓인 돌너무 바빠서 해주지 못한힘을 북돋아 주는 몇 마디 조언당신 자신의 문제를 걱정하느라시간이 없었거나
벼랑 끝 바위의 갈라진 틈 사이에 아기 소나무 한 그루가 위태롭게 서 있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금방 낭떠러지로 떨어질 듯 아슬아슬해 보인다. 가까이 올라가 보니 깨어진 바위 틈 사이로 제법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꿋꿋하게 서 있다. 어떻게 이 실 같은 틈 사이로 얼굴 내밀 생각을 했을까? 아기 소나무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30여 년 동안 마음 한켠에
로마시대의 군인들은 전쟁에 나갈 때 전신갑주로 무장했네.갑옷 입고 투구 쓰고 검을 차고 방패 들고 머리부터 발끝까지.이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에게는 매일 매일의 삶도 전쟁이네.일상의 삶 속에서 평화와 전쟁을 경험하면서 나아가네.전쟁에서 다쳐 부상당하게 되면 치료되고 회복되어야새롭게 강건해져서 다시 전쟁에 나가서 싸워도 이길 수 있네.사람들이 살아가는 중에
내가 사는 곳은 어디를 가도 하늘을 찌를 듯이 시원스레 쭉쭉 뻗은 미송과 백향목 울창한 숲이 펼쳐지는 깊은 산간 지역이어서, 건강한 환경과 풍성한 물질을 제공해 주어 우리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숲속에는 곰이나 쿠거, 엘크 같은 커다란 동물부터 다람쥐나 산새 같은 작은 동물까지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다. 하천에는 연어와 송어 등 수많은 물고기가 살고,
우리말이 참 신비롭다. 소리는 같아도 뜻이 다른 우리말이다. ‘빛’을 생각하다가 ‘빚’이 떠올랐고 가까이에 ‘빗’이 있었다. 이 글은 ‘빛’과 ‘빚’과 ‘빗’에 대한 특별한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생각할수록 내면의 소리로 여겨진다. 스스로 일깨우며 가르친 셈이다.당대 최고의 미남이었던 한 원로 배우의 일상을 우연히 텔레비전 화면에서 보다가 문득 깨달은 게
세상 안에서 우리들의 삶이 우리들이 원하고 바라는 대로만살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세월이 지나면서 배우고 알게 되네.한창 젊었을 때에는 젊음의 멋에 취해 유유자적하며 지나가고생존을 위한 현실에 직면해서는 목적달성을 위해 여유도 없이.세상을 바라보며 쫓아가다가 마침내 우리들의 한계를 깨닫고유한한 능력의 존재인 사람의 연약함과 무능함에 절망하면서.우리가 바라보아
은퇴자의 삶을 살면서,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주로 집안에서 생활하다 보니 가끔은 삶이 지루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지루하다는 느낌은 생존을 위해 치열한 싸움을 해야만 하는 분들에게는 미안한 사치스러운 감정이요, 나이에 관계없이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내시는 분들에게는 게으름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지루함은 특별한 걱정거리나 문제
어제까지는 꽃 봉오리였는데 오늘은 한 송이 예쁜 꽃으로 피었다. 나의 설레는 마음을 꽃은 알았을까? 가까이 다가가 꽃에게 속삭였다. “고마워.” 아침 햇살을 받은 꽃은 대신 내게 환한 미소를 짓는다. 6월은 점점 푸르러지고 내 작은 정원에도 꽃이 피고 꽃 향기가 머물면 나도 빨간 장미꽃이 되어 너와 함께 활짝 웃을게.
단속을 단속하겠습니다소리 소문 없이 아예 내 푸른 꿈으로감싸겠습니다 담쟁이 올림
결혼식을 앞둔 신부는 결혼을 위한 준비에 바쁘게 되네.맞이할 신랑과 함께 미래의 가정을 행복하고도 아름답게이루어가고픈 희망과 소망으로 새로이 하는 마음의 준비.머리 스타일, 얼굴 피부, 몸과 손발을 깨끗하고 아름답도록머리에서 발끝까지 결혼식 날을 위해 최선의 단장을 하네.세상에서 함께 살 동안의 신랑을 맞이하는 신부의 단장은영원히 함께할 참 신랑이신 재림하
1) 줄리는 지금의 상황이 언제부터, 왜 이렇게 되었는지 기억상실자처럼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그냥 멍하니 앉아 있다. 흘낏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50분이다. 지칠 대로 지친 줄리는 모든 걸 포기한 듯 경찰의 반복되는 질문에도 입을 꾹 다문 채 눈물만 흘리고 있다. 줄리 아들 체드는 어릴 때부터 알콜중독자 아버지의 상습적인 폭행에 시달려 왔다. 체드는 중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말하면 나는 참 이기적인 사람이다. 그럼에도 어쩌랴.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 것을.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순수한 사람이다. ‘순수(純粹)’란 말에서 보듯 그런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말뜻대로 ‘다른 것이 조금도 섞이지 않음. 사사로운 욕심이나 못된 생각이 없음’이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찌 보
대학원에서 인체를 공부했을 때, 참으로 복잡한 구조와 오묘한 기능을 배우며 시편 139편에 나오는 “나를 지으심이 신묘막츰 하심이라”라는 말씀이 저절로 떠올랐다. 우리 몸의 구조는 상상을 초월하는데, 예를 들어 성인 혈관의 총 길이는 약 100,000마일에 달한다. 또한 약 3파운드밖에 안되는 성인의 두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 네트워크의 총 길이는 무려 약
어디를 둘러봐도 봄이 완연한 시기인 사월 말, 캘리포니아의 북쪽, 이곳에도 한 차례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사월의 넷째 주일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남과 북으로 길게 드리워진 99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으로 달렸다. 달뜬 마음은 마침 세차게 불어오는 남풍조차 어서 가서 하나님께 경배 드리라고 뒤에서 밀어주는 듯 자동차도 저절로 가는 듯한 착각을 했다. 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