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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손님인 스티브가 왔다. 은퇴하신 분인지라 한가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즐기며 사신다. 맡긴 세탁물을 찾으러 와서는 3주간의 유럽 여행담을 한참 들려 주었다.그러다가 자신이 단골이 된 지도 ‘삼십 년’이 넘었음을 상기하며 허허롭게 웃었다. 문득 깔끔한 멋쟁이 사십대 신사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그는 로맨틱한 영화 속의 남자 주인공이 화면 밖으로 금방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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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순
2018.02.16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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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치버와 함께 20세기 후반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는 1938년 오리건 주 클래츠케이니에서 태어났다. 심한 가난 속에서 글을 써나갔는데, 처음에는 이렇타 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가, 1983년 소설집 『대성당』이 출간되면서 전미 도서상 후보와 퓰리처 상 후보에 올랐다. 대표 작품으로 『제발 조용히 좀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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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순
2018.01.09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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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다가 오셨네.오신다는 말도, 소식도, 예고도 없이,바람처럼 살포시 다가오셔서........꽃길, 눈길, 빗길, 산길, 안개길, 바닷길, 사막 길, 푸른 초원길로안고, 업고, 손잡고 나란히, 또 앞서서 가실 때라도 함께 하셨네.당신과 함께 하는 그 순간순간들, 시간 시간들, 상황들의 술래잡기 가운데기쁨과 즐거움, 아픔과 슬픔, 희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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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애영
2017.12.1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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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고 감사하며사랑스런 밝은 햇빛은아름다운 자연 속에 살면서보고, 느끼고, 생각으로.따스한 햇살 가득히포근하게 감싸주는 햇빛만물의 주어진 생명이 자라고 꽃피우며.춥고 쓸쓸한 어둑어둑한 밤중독야청청(獨夜靑靑) 은은히 비춰주는 달빛길 잃고 넘어질까 손전등처럼, 우리 가는 길 밝혀주며.세상이 잠든 칠흑 어둠 속에서도밤하늘 총총히 빛나고 있는 별들아름답게 반짝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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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애영
2017.12.02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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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낯선 미국 땅에서 살다 10년하고도 몇 년이 지난 후,고향에서의 여중 동창생들과의 만남.내 고향 남쪽, 작은 항구도시 안의 중심지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의 그 밤.카페 안에서는 새하얀 철제난로 위의 주전자와 연통위로 하얀 김이 몽글몽글 오르고.환한 불빛 안에서 마셔본 따뜻하고, 달콤한 잊히지 않는 향기의 내 고향 매실차.카페 바깥이 환히 내다보이는 투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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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애영
2017.11.09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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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여섯, 일곱 살 여름이면 막내 이모 따라 외할머니 집에 갔었지.목포에서 통통배를 타고 한반도의 남쪽 섬으로 갔었네.그 섬 이름은 진도, 마을 이름은 섬보금.초가지붕 집들의 넓은 흙 마당 앞에는, 또 파란 바다 마당이 잔잔히 출렁였네.나무와 숲 병풍 두른 초가집들 뒷산은 외할머니 마을의 뒷마당.뉘엿뉘엿 해 지는 석양 초가집 굴뚝 위로 하얗게 몽실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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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애영
2017.11.03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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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짜리 예쁜 은우가 동그라미를 배웠다고 그림을 보내왔다. 하얀 종이 위에 연필로 그린 크고 작은 다섯 개의 동그라미 얼굴.그 얼굴들 안에는 콩알만 한 또 다른 동그라미로 눈, 코, 입이 제법 자리를 잘 지키고 앉았다. 그 앙증맞음이 ‘풀잎에 연 이슬’처럼 느껴졌다. 양 갈래로 묶은 머리를 표현하려고 가는 선을 서너 개씩 양쪽 위에 달고 있는 큰 동그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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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순
2017.10.26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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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찾아온 매서운 동장군이 험악한 눈을 부릅뜨고 씩씩거리는 위세에 나무가 쓰러지고, 연약한 나뭇잎이 속절없이 떨어져 뒹굴고, 바나나 나무 널찍한 치맛자락이 볼품없이 구겨진 채 늘어져 있다.예년 같으면, 10월 어느 날 갑자기 밀어닥친 한파로 땀 흘려 가꾸어 빨갛게 무르익어가던 고추나무를 비롯하여 각종 채소들을 무자비하게 짓밟아 놓고 유유히 떠난 후,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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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준 장로
2017.10.10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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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멕시코다!!현실 속의 모든 방해거리들을 뒤로 던지고 멕시코의 켄쿤 공항에 내렸다. 차를 렌트한 후 4시간을 달려 사역지에 도착하니 9시가 다 되었다. 끈적거리는 밤공기를 맛보며 센터에 짐을 풀고 설렘 반 긴장 반으로 밤을 보냈다.사역 첫날, 새벽부터 분주했다. 유스 그룹 팀은 VBS 준비를 하고, 우리 팀은 미용 용품 준비, 필요한 물건들 쇼핑으로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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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연
2017.09.30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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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로 젖은 날씨가 내 마음을 헤아린 것일까. 달리는 차의 운전석 옆에서 뿌연 안개 속에 지금 만나러 가는 분의 얼굴을 그려 본다. 침대에 누워 튜브로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그분은 눈을 뜨고 계실까? 30년 전의 나를 알아보실까? 손을 잡고 "사모님! 저 왔어요." 하면 하얗게 바랜 얼굴에 웃음기가 뜰까? 아니면 눈을 감고 미동도 안하실까? 많이 보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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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인 수필가
2017.09.22 23:45